"2018년 스타벅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유수의 대기업과 연합해 '백트(Bakkt)'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파트너로 참가하게 됩니다. 이제 스타벅스는 더 이상 단순한 커피회사가 아니라 '규제 받지 않는 은행'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술의 발달이 업권의 경계를 현격하게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은행이 앞으로 핀테크·유통·정보기술(IT)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취지다.
김 회장이 언급한 스타벅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뉴욕 금융청 인가를 받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가 설립한 미국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는 올 상반기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백트의 첫 제휴사가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자사 모바일 앱의 '사이렌 오더(모바일 주문)' 기능에 비트코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은행이 스타벅스와 백트의 연합을 경계하는 핵심적 이유는 '은행을 거치지 않는 환전'에 있다.
스타벅스 앱에서는 아직 국가간 연동이 불가능하다. 한국에선 한국 원화로 결제하는 한국 앱을 사용하고, 미국에서는 미 달러화로 결제하는 미국 앱을 이용하도록 돼 있다.
이에 스타벅스는 비트코인을 활용해 전세계 어디에서든 하나의 앱으로 현지 통화 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가령 한국 고객이 미국 스타벅스에서 포인트 결제를 할 경우 원화로 쌓은 포인트를 비트코인을 거쳐 달러화로 환전해 즉시 결제가 이뤄지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환전이나 신용카드가 없어도 앱 하나만으로 전세계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다.
만약 스타벅스가 그 다음 단계로 각종 식료품점, 백화점, 편의점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모든 파트너 기업에서 스타벅스 앱 결제를 허용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실상 은행을 통하지 않고서도 스타벅스 앱만 갖고도 전세계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친구끼리 스타벅스 포인트를 주고받는 송금 기능을 추가하고, 이를 투자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스타벅스가 은행의 모든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다.
사실 스타벅스의 '은행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스타벅스 앱에서는 결제시 잔액이 설정 금액 이하로 내려가면 등록된 신용카드를 이용해 부족한 포인트를 채우는 '선불충전' 시스템이 있다. 이 기능으로 인해 미국 스타벅스가 보유한 현금 보유량은 1조원을 돌파한지 오래다. 미국의 대다수 지방은행 현금 보유량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막대한 보유금을 활용해 은행 못지 않은 다양한 금융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을 활용해 전세계 스타벅스 포인트를 하나로 통합, 글로벌 금융 생태계까지 노리는 셈. 기존 은행이 스타벅스와 백트 연합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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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축통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글로벌 가상화폐(암호화폐)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 '백트'와 스타벅스의 연합은 시작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은 올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한다. 스위스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 승인을 거쳬 암호화폐 은행 '세바(SEBA)'를 출범시켰다. 미국 대형 금융사 피델리티는 뉴욕 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도 이미 금융청 인가를 받아 암호화폐 거래소 '라쿠텐 월렛'을 운영중이다. 중국은 아예 중앙은행이 직접 암호화폐(CBDC) 형태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계획, 디지털 세상에서의 기축통화를 꿈꾸고 있다.
올해가 암호화폐가 일상생활로 들어오는 '혁명'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다. 일부 매니아들과 전문 기업들만의 영역이던 암호화폐가 이젠 페이스북, 피델리티 같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들의 전쟁터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온라인 기축통화 전쟁'이라 부른다. 은행 계좌나 법정 화폐가 없어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기축통화'를 놓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에선 경쟁은커녕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부정적 기조로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내부 연구 수준에 그치는 형국. 국내 IT(정보기술) 기업의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자회사를 통해 암호화폐 사업을 진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일본에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를 세웠다. 올 상반기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 '클립'을 론칭하고 자사 암호화폐 '클레이튼'을 활성화할 계획이지만 언제 정부에서 제동을 걸지 몰라 출시까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 라인도 일본 금융청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를 취득하고 일본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선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전용 라인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암호화폐 거래 및 전송 서비스가 시작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KB국민은행도 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회를 엿봤지만 아직 어떠한 사업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부에서 준비만 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7년 말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놓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이후 구체적 사업 가이드라인이나 법률은 정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새해 들어 개인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도 일단 세금부터 걷겠다는 움직임만 보였다.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부정적 기조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고사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기업들을 또 한 번 죽이는 처사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암호화폐 업계를 범죄자 취급한 것 외에 법제화 노력이나 인프라 마련을 하려는 시늉이라도 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토로했다.
2020년 '암호화폐 혁명'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시작됐다. 19세기 산업혁명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인 국가와 거부했던 국가의 명운이 갈렸듯 이번 암호화폐 혁명도 커다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필자 의견
2018년 1월 당시 법무부장관이였던 박상기 장관이 거래소 폐쇄 이야기를 꺼낸 후(코인러들은 이 사건을 '박상기의 난'이라 칭한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심리가 매우 위축되었고, 비트코인은 원화 300만원 대 (upbit 기준)까지 하락하였다. 암호화폐에 세금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일단 먼저 초점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폭넓은 경제정책을 사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 일본은 엔화를 다량 찍어냈지만 기축통화였기 때문에 그 가치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오히려 아베는 수출에 유리하게 더 내려가길 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만약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그만큼 기축통화가 가지는 이점은 암호화폐에서는 많이 다르겠지만, 세계가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화폐도 디지털화 되었고, 시장이 확실히 구축이 되지 않은만큼 개척되지 않는 땅에 먼저 발을 들일려는 국가와 기업들이 많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변동성때문에 기축통화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있는 만큼, 스테이블 코인들이 기축통화의 역할들을 할 것이라고 보는 시선들이 있다. 필자는 아마 리브라가 제도권에 들어온다면, 그때가 가상화폐 시장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을 쏠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우선순위를 과세가 아닌 산업 발전에 두었으면 한다, 우린 이미 2018년에 기회를 한번 놓쳤다. 두 번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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